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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걷기 좋은 길 대장금 마실길 - 의녀 대장금 고향 마을에서 마음 치유하기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19-10-24 14:32:00
  • 조회223

섬진강가 여인들

손맛의 비밀

마음의 병을 달래고자

옥정호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섬진강을 찾는 것 같습니다.

봄에는 물 냄새 흙냄새 맡으러, 여름에는 구담마을 정자 그늘에 드러눕기 위해, 가을엔 조용하게 걷고 싶어서 섬진강을 찾게 됩니다. 몇 달 동안 온 나라가 안팎으로 시끄러웠지만 섬진강가 마을은 언제나 그렇듯 조용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를 움직인다는 사람들은 정작 대자연의 섭리를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조용한 세상인데 뭐가 그리 난리라고 떠들어 대는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일 저런 일로 머리가 아팠는데, 의녀 대장금의 고향 마을 길은 먼저 맑은 공기와 조용한 소리로 나그네를 감싸줍니다.

 
 
황토마을에서

난국정 가는 길

마을 입구. 늙은 감나무 아래 차를 대었습니다. 그동안 트렁크에 잠자고 오래된 가죽 등산화를 꺼내 신어 봅니다. 감촉이 좋습니다. 가죽신 울 양말 속에서 보송보송해진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니 아무리 걸어도 발이 아프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침 공기는 코끝이 쨍할 만큼 청량했고, 하늘은 맑고 간간이 구름이 지나갑니다. 심호흡을 크게 해 봅니다. 일단 마을 향기가 옥정호 마을 향기가 몸속에 들어오니 살 것 같습니다. 길을 걷다 고인돌 무리 옆 샘물에 목을 적시고 통에 담습니다.

 
‘벌컥벌컥 하아~~~’ 기분이 더 좋아집니다. 피가 깨끗해지는 느낌. 눈도 커지는 것 같습니다. 맑고 시원한 공기와 물만큼 쉽고 간단한 건강법도 없는데 그동안 사 먹은 비싼 영양제가 무색해집니다. 샘터 옆 안내판을 보고 저벅저벅 발걸음을 옮기는데 마을 길가에 은행나무가 묵직합니다. 가지마다 열매가 무겁습니다. 마을 사람들 부자 되라고 그런 건지. 나무가 ‘내가 이 정도는 돼’ 하는 것 같습니다. 농약도 안 주고 물도 안 주었다는데, 자연이 주는 선물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저 주워 담기만 하면 배가 부를 것 같습니다.

  
마을에 집들이 예쁩니다. 똑같이 생긴 집은 없지만 각자가 각자에게 조화롭게 어울리고 있습니다. '자연스러움'자체입니다. 뒷마당에 서 있는 감나무도 자연스럽고, 석류나무도 자연스럽습니다. 이 동네 나무들 다 팔이 무겁습니다. 감나무에 무겁게 많이 달려있는 감도, 예쁘게 달려 있는 석류도, 이게 뭔가 해서 자세히 보게 만드는 모과도 자연스럽습니다. 동네와 집과 호수와 나무가 모두 자연스럽게 그곳에 있습니다.

아스팔트 포장이 잘 된 마을 길도 자연스럽습니다. 저기서 할머니가 나오셔서 밥 먹고 가라고 할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잘 익어 먹으면 침이 확 나올 것 같은 대추를 두 손이 넘치도록 줄 것 같은 마을입니다. 그리고 모퉁이를 지나니 난국정이 나왔습니다.

이 동네. 봄에는 난초가, 가을에는 국화가 지천이라 춘란추국(春蘭秋菊) 난국정을 지었답니다. 거참 멋있습니다. 난국정은 옥정호를 바라보고 있는데 날씨가 서늘하지만 않았으면 큰대자로 누웠다 가고 싶은 곳입니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길

난국정에서 중곡 가는 길

난국정 앞에는 옥정호에 있는 큰 섬으로 가는 길이 있었지만 섬은 나중에 가기로 하고 숲으로 난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숲은 이제 단풍이 들기 시작합니다. 포장된 길이 끝나고 부드러운 흙길이 나옵니다. 마치 영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쭉 뻗은 길인데 숲이 터널같이 깊습니다. 간간이 나오는 나무 이정표만이 이곳이 걷기 코스임을 알려 줍니다. 숲 터널을 한참 지나니 그림같이 예쁜 집들이 나옵니다. 아까 지나왔던 마을이 자연스러운 마을이라면 이곳은 예쁘게 꾸민 집들입니다. 마치 영화 세트장 같다고 할까요. 호수와 길과 숲과 잘 어울리게 만든 펜션 단지입니다. 같이 간 일행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이곳 부동산 시세를 보고 있습니다. 속물들이라고 투덜댔지만 정말 이곳에 작고 예쁜 집 하나 있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걸으니 전망 좋은 곳에 소박한 무덤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 마을에 오순도순 살다가 떠난 부부의 무덤 같습니다. 이곳이 천하제일의 명당은 아닐지라도 두 부부가 천년해로 할 것 같이 멋지고 아름다운 자리입니다. 풍수에 풍자도 모르는 위인이지만 이 무덤 주인이 부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무덤에서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갈림길이 나옵니다. 이곳이 중곡입니다. 여기서 왼쪽 산길로 올라가면 바람골이 나오고 출발점으로 돌아갑니다. 이어지는 길은 직진입니다. 넓고 큰 숲길로 가면 됩니다.


장금이 만나러 가는 길

중곡~장금산 정자

 
중곡에서 장금산 정자로 가는 길은 밝습니다. 숲길인데 밝아 걷기 좋습니다. 길은 비포장이고 중간중간 질척한 곳이 나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흙길이라 포근합니다. 향기도 좋습니다. 늦가을 풀 향기. 그 향기가 그윽하다 못해 구수합니다. 누군가 얼마 전 벌초를 했는지 바람이 바뀔 때마다 그 풀 향기가 달라집니다.

'약초의 향기인가.'

옥정호의 섬진강 가을 물 냄새와 풀 향기 그리고 숲 향기가 잘 섞여 걷는 사람의 코를 즐겁게 합니다. 몸속의 모든 공기가 풀냄새로 걸러질 무렵 작은 정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길모퉁이에 찻집이 있었으면 하는 순간입니다. 이런 곳에서는 커피도 좋고 쌍화차도 좋은데, 가을 향기를 만끽하면서 이렇게 좋은 곳에서 찻집까지 기대하는 건 사치일까 싶습니다.

길이 너무 예쁜 정자에 앉아 잠시 쉬어봅니다. 아쉬운 대로 마을 입구 샘터에서 담은 물을 꺼내 마셔 봅니다. 물맛이 좋습니다. 어쩌면 이리 달큰할 수 있을까요. 물을 마시고 나니 입에 단침이 고입니다. 이제 머릿속이 좀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땀을 좀 흘렸더니 몸도 상쾌하지고 못할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신비로운 숲길

장금산 정자~ 바람골

정자 뒤에 있는 안내판을 유심히 보고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 길을 맞게 찾아왔고, 더 멋진 길이 이어집니다. 이제부터는 하늘고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숲길입니다. 이 세상에 길과 나밖에 없습니다. 내 발자국 소리에 더 귀 기울이게 되고, 내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길은 조용히 내 가슴속에 들어와 상처를 덮어 줍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할 때마다 상처를 씻어 주어 몸 밖으로 내보냅니다. 짭짤한 땀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말 그대로 적막강산(寂寞江山)입니다.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이대로 계속 걷고 싶습니다. 그럴 즈음 갈림길이 나타납니다. 아까 지나쳤던 "중곡"이란 글자가 다시 나오면 그 길로 가야 합니다. 왼쪽으로 유턴하는 길. 계단으로 이어진 산길입니다. 계단을 오르니 맘속 상처가 더 빨리 씻겨집니다. 발자국 소리도 커지고 심장 소리도 커집니다. 허벅지 위에 땀이 떨어질 때쯤 나오는 것이 '바람골'입니다. 솔바람이 이마에 땀을 모조리 가져갑니다.

현실로 돌아가는 길

바람골~마을입구

바람골에서 중곡 갈림길 가는 길은 전망이 좋습니다. 산 정상은 아니지만 조망이 훌륭해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이 멋진 정경을 사진으로 다 담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쉽습니다. 하긴 사진으로 이 모든 것이 표현된다면 이곳에 일부러 올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중곡 방면으로 100m쯤 내려가면 ‘황토마을’ 표지가 나오고 이 길을 따라가면 됩니다. 

길은 예쁘고 경치도 좋은데 길은 진창길입니다. 길이 나에게 답해 주는 것 같습니다. 

‘좋은 걸 보려면 희생하는 것도 있어야지.’ 진흙에서 연꽃이 피는 것이나 예수가 마구간에서 태어나는 것이나 다 같은 일인 것 같습니다. 진흙에 발을 담그고 멋진 선경(仙境)을 감상하며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길이 나에게 얘기해 줍니다.

'이 세상엔 진창도 있고 돌밭도 있으나 다 아름다운 세상을 보기 위함이라고, 밟고 있는 진창을 욕하지 말고 눈을 들어 세상을 바라보라고, 그리고 계속 걸으라고.'

이정표를 따라 계속 진창길을 걸으니 차 소리가 들립니다.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는 순간입니다. 찻길 옆 걷는 길은 정말 돌밭입니다. 한눈팔고 가다가는 옆으로 빠질 것 같습니다. 

정신을 바짝 차려 나무다리도 건너고, 작은 도랑도 건너니 저 앞 늙은 감나무 아래 세워둔 내 차가 보입니다. 새삼스럽게 내 차가 세워진 것을 보니 꽤나 반갑습니다. 현실이 싫어도 매력이 있나 봅니다.

대장금과 국숫집 할머니

그리고 정명훈

다시 현실로 돌아오니 배가 고픕니다. 역시 현실은 현실인가 봅니다. 지인이 추천해준 국숫집으로 갑니다. 섬진 중학교가 있는 마을. 섬진강 옆 강진입니다. 비가 주적주적 내리는 시장통 국숫집. 멸치 육수 향기가 그윽합니다. 내 체온을 지켜줄, 치료된 마음을 잘 덮어 줄 따뜻한 국수가 4천 원입니다. 국수 삶는 할머니를 지켜보다가 겉절이를 무치는 그녀의 손길에 눈길이 갔습니다. 정명훈의 손을 보다가 느꼈던 그 느낌. 얼마 전 유튜브에서 정명훈 씨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다가 그 손을 보고 놀란 일이 있습니다. 시골에서 나물을 무치는 거친 할머니 손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할머니도 정명훈의 손을 닮았습니다. 세월을 살아가느라 현실을 극복하려고 노력 끝에 얻어낸 그 손놀림이 마에스트로의 손과 닮았습니다. 그런데 이 할머니 자꾸 뭘 더 주십니다. 4천 원짜리 국수를 먹는데 김치 세 가지에 무침이 두 가지, 그리고 머리 고기도 부족하지 않게 담아주십니다. 심지어 새우젓도 고소하니 맛있습니다.

‘매운 고추 좋아혀?, 들기름 더 줘?’ 반찬이 양념이 하나하나 더 들더니 열 가지나 됩니다. 

호박 고명이 예쁘게 올라간 국수는 온도와 간이 절묘합니다. 국수와 반찬이 잘 어울립니다. 뭐 하나 튀지 않고 절묘한 하모니를 이룹니다. 간이 센 듯 아닌 듯 덤덤한 국물을 맛보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자기 식당을 찾아준 손님에게 있는 환경에서 더 챙겨주고 더 맛있게 대접하려고 노력하는 할머니 마음. 아픈 임금을 위해 정성을 다해 수단과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 대장금. 이 두 가지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섬진강 가 여인들의 내력일까요. 거기에, 짧고 굵은 손가락에서 큰 손을 가진 서양 피아니스트들 보다 더 훌륭한 연주를 해내는 마에스트로의 땀과 정성. 모든 게 한 줄에 꾀어지는 순간입니다.

악마와 신은 모두 디테일에 있다는데, 오백 년 전의 대장금이나 시골 국숫집 할머니나 모두 세상 사는 방법을 알아낸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차 안에 정명훈이 연주하는 쇼팽의 피아노 소리가 쨍쨍합니다. 파아란 가을 하늘 아래에 더 쨍쨍히 들립니다. 그리고 그의 손과 할머니의 손과 대장금의 손이 모두 오버랩 됩니다.

오늘 두어 시간 걸었는데, 얻은 게 참 많습니다. 입안에서 육수의 맛이 계속 납니다.

TIP.

가을 대장금 마실길 걷기를 위해 알아 두어야 할 사항들

1.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황토마을 입구에 주차하고 출발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합니다. 

2. 인적이 드문 곳이 많으니 혼자서 가지 마시고 여러 명이 함께 가세요. 

3. 식수 구할 곳이 있으니 빈 물병을 챙겨 가세요. 

4. 길 중간에 매점이나 식당은 없습니다. 간식은 반드시 챙겨 가는 것이 좋습니다. 

5. 간식을 먹고 남은 봉지나 과일 껍질은 배낭에 잘 담아서 집에 가져와서 버리는 게 좋습니다. (마실길 곳곳에 도시락, 과자봉지, 과일 껍질, 담배꽁초가 있어 옥에 티 같습니다. 마을 분들께 쓰레기를 선물하고 가시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버스를 이용해 단체 걷기 오시는 분들이 제일 많이 버리고 가신다고 마을 분들이 그러십니다.) 

6. 중간중간 진창이 있으니 목이 긴 등산화와 긴 바지를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7. 황토마을회관에 마지막 화장실이 있습니다. 이후에는 화장실이 없으니 주의하세요. 

8. 중간중간 이정표에 거리 표시(단위)가 잘못되어 있으니 잘 확인하세요. (km의 소수점 이하)

9. 비가 온 다음 날, 습기가 많은 아침에는 나무 계단과 길이 매우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

10. 마을을 지나면서 감이나 대추 같은 열매를 함부로 채취해서는 안 됩니다. 주인을 찾아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구입하세요.


출처 : 전라북도 공식 블로그(http://blog.jb.go.kr/221686083530)

한형석 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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